미놀타 X-300을 사고 처음 찍어 본 사진들
최근 2년은 꾸준히 하는 운동이 없어서 그런지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 올해는 최소 월 1회 산에 오르기로 결심을 했다. 1월 첫째 주부터 가면 좋았지만, 연말~연초 몸에 이상이 있기도 했고, 주말에 이런저런 일이 있어 미루다 1월 말에 처음으로 인왕산을 올랐다. 정상에 오르기 직전에 바위를 올라야 하는 게 무서웠지만, 역시 산에 오르면 성취감도 있고 경치를 내다보는 기분이 정말 좋구나.
3호선 경복궁역 쪽에서 인왕산을 올라 부암동 쪽으로 내려와 레이지 버거 클럽에 가서 아점을 먹었다.
카메라 레버를 다 넘겼을 텐데 왜 이렇게 반씩 겹친 건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됨. ㅠㅠ 특히나 이번 롤엔 겹친 사진도 몇 개 있고, 까맣게 탄 사진들이 있어 카메라에 문제가 있는 건지 걱정이 되었다.
학교 동생과 파주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 갔다.
전에 카페를 이용한 적은 있었지만 전시장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아주아주 좋았던 공간.
위 사진은 도슨트 분께서 말씀해 주시길 건축학적으로 3개의 창문이 접하고 있는 구조는 아주 어려워 큰 의미가 있는 구조물이라고 하여 나도 남기기 위해 남긴 사진이다.
건물 곳곳에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음.
벽의 수직, 바닥과 천장의 수평 그리고 곡선이 빛의 각도와 깊이에 따라 달라질 것을 상상하니 이 부분이 아주 멋있다고 생각되었다.
전시장 1층 초입에 밖이 내다보이는 유리창, 또 하나의 작품이 된다.
이날 보았던 전시.
이 사진을 보니 이날 평소와 다르게 유독 사진을 많이 찍은 것 같음. ㅎㅎ
맘 같아선 오후에 한 번 더 와서 전시를 관람하고 싶었는데 또 가지 못해 아쉽다.
곧 떠날 잠실, 겨울의 주공 5단지.
결과적으로 보면 좋은 경험이었던 1년이었지만 사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곳이다.
초반에야 내 스트레스 풀겠다고 넋두리를 하곤 했지만 이것도 점점 '그럼 이렇게 해, 나였음 절대 그렇게 못해, 왜 저렇게 못해?'......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업무로 보다 보면 내 맘대로 못 하는걸.. 내 얘길 들어주고 공감해 주길 바랬지, 대안을 듣고 싶지 않아. 넋두리를 한다는 게 오히려 더 혼나는 것 같아 나중엔 혼자 삭히는 날이 많아졌던 1년.
작년에 급격히 건강이 안 좋아지신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엄마도 너무 우울해하셔서 전보다 연락도 더 하고, 별일이 없으면 주말엔 본가에 가(그래봐야 한 달에 두 번 정도였네) 지내다 왔던 연초.
최근엔 할머니만큼 사랑을 표현해 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할머니의 부재가 너무 슬프다. ㅠㅠ
사랑만큼은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흠.
거실에 햇살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오전
일광욕하는 고양이 녀석들을 찍었는데 대부분 타버렸다.
중간에 필름 덮개가 열리지도 않았을 텐데? 이게 뭐지?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우리 초록이
벌써 13살?이 된 것 같다. 건강하게 우리 곁에 오래오래 있어줄 수 있겠니?
왜 이렇게 탔어 증말 ㅠㅠ
대비가 너무 강해서 그런지, 어둠이 너무 뭉개져서 아쉽다.
귀여운 아가.
근처가 재개발이 되어 수많은 아파트 단지와 공원 몇 개가 생겼는데 그중 가까운 공원에 부모님과 산책을 다녀왔다.
알고 보면 제일 무서운 얼굴을 갖고 있는 것 같은 애기.
조카.
그러니까 큰이모의 딸의 아들인데 사실 언니가 출산 후 병원에 찾아가 유리창 너머 신생아실에 있는 조카를 보고 3년 만에 봤던 날.
할머니 49재 막재가 있는 날이라 절을 둘러보는데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는 조카가 눈에 딱! 들어왔다. 조카를 알아볼 수 있었던 건 평소에 큰이모가 조카 사진을 많이 보여주셨기 때문이라~ 'ㅎㄷ이니? ㅎㄷ아~ 안녕~'이라고 하며 조카 눈높이에 맞춰 앉아 마스크를 벗고 눈을 마주치니 >ㅁ< 내가 안아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나를 꼭 안아주며 웃는 게 아닌가! 옴마! 꺄아아앙아악! 너 내가 누군지 알구! >ㅁ< 어머나어머나 피는 속일 수 없다는 게 이런 건가? ㅎㅎ 와 이날 할머니 49재 막재라 슬펐는데 조카가 나를 안아주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ㅎㄷ이가 이모 안아줘서 정말 행복해~ 고마워~'
(나중에 가까이서 보니 조카의 손을 잡고 있던 사람은 형부였다. 형부도 못 알아봤는데 처음 보는 조카는 알아봤다는 것~)
카메라: Minolta X-300
필름: Fujifilm Fujicolor C200
현상: 중앙칼라